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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Jun
시편 37편의 지혜와 경제 윤리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123.189.21 조회 수: 6685
시편 37편의 지혜와 경제 윤리
박창수
주: 글자가 깨진 히브리어는 첨부한 원문 파일 참조
1. 들어가는 글
본 소고(小考)는, 시편 37편에 대해 그 형식과 내용을 개관하고, 구조를 분석한 후에, ‘지혜와 경제 윤리’에 초점을 맞추어 절별로 주해를 한 것이다. 이 시편에서 ‘지혜’의 중요한 의미 가운데에는 ‘경제 윤리’가 있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성서적 경제 윤리를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본 소고의 논지이다.
2. 몸 글
1) 답관체 형식의 지혜시편
시편 37편은 답관체 형식의 지혜시편이다. 답관체 형식의 시편들은 ‘연’들의 첫 자음 히브리어가 알파벳순으로 되어 있고, 이런 알파벳순으로 시작되는 각 ‘행’이나 ‘연’은 거의 동일한 길이를 갖는 특징이 있다(피터 크레이기, 168쪽). 시편 37편의 답관체 형식은 4행을 기본 단위로 하되, 14-15절(6행)과 25-26절(5행)은 예외이다(피터 크레이기, 399쪽). 답관체 형식의 시들이 갖는 일반적인 역할은 다음과 같이 추론할 수 있다.
“(1) 답관체 형식은 시편 기자들에게 그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틀을 제공해 준 인위적인 방책이었다. (2) 답관체 형식은 젊은이들이 시를 배우도록 돕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서, 기억을 돕는 교육적인 방책이었을 수도 있다. 특히 지혜서의 경우에 매우 적합한 방책이었을 것이다. (3) 그리고 답관체 형식은 하나의 주제를 “A에서 Z까지”,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철저하게 다루기 위한 방책이었을 수도 있다. 상기한 세 가지 사항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첫 번째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항은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피터 크레이기, 170쪽).
그리고 시편 37편은 지혜시편인데, 이스라엘의 지혜 운동은 야훼와 그의 백성 사이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행위와는 본질적인 관계를 갖고 있지는 않을지라도, 잠언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뚜렷한 이스라엘의 특징을 발전시켰다(버나드 W. 앤더슨, 177쪽). “야훼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잠 9:10, 욥 28:28, 시 111:10)라는 구절처럼, 이스라엘의 현인들은 지혜는 인간의 행위를 관찰함으로써 온다거나 지혜학파에서 전해져 내려온 교훈에 대한 이성적인 성찰을 통해 온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혜의 근본은 야훼에 대한 믿음이라고 보았다(버나드 W. 앤더슨, 177쪽). 지혜시편들은 예배의 특별한 행위와 직접적이고도 본질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므로, 비제의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본질적으로 복된 삶에 대한 묵상이라고 할 수 있다(버나드 W. 앤더슨, 178-179쪽). 지혜로운 자가 추구하는 생명의 길, 그리고 어리석은 자가 따르는 파멸의 길은 지혜학파에서 교훈되었던 두 가지 방식의 고대 교리로서 지혜시편의 궁극적인 배경이다(버나드 W. 앤더슨, 179쪽). 그런데 이스라엘의 신앙에 의하면, 이 계율은 인간의 지혜에 그 원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선물로서, 야훼께서 인간을 ‘의로운 길’, 즉 ‘구원의 길’로 가도록 가르친다(버나드 W. 앤더슨, 179쪽).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지혜시편에서 참된 지혜는 ‘야훼를 두려워함’ 그리고 더 특별히 ‘토라에 대한 충실함’과 동일시된다(버나드 W. 앤더슨, 179쪽). 이와 같은 지혜시편의 일반적 특징을 갖고 있는 시편 37편은, 다음과 같이 교육용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시는 지혜 전승 속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으며 “교육용 시”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것의 본래의 목적과 배경은 지혜의 수련장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잠언과 마찬가지로 고대 이스라엘의 도덕적·종교적· 교육 기관에서 사용된 교육 과정의 견본을 담고 있다. 또한 잠언과 마찬가지로 이 시는 일종의 지혜적 격언집으로서, 알파벳 순서로 된 각 연은 다소간 완전한 격언을 담고 있다. 그 이외의 잠언과의 유사성은 교사가 소개하는 자전적인 요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예를 들어, 10, 25, 35, 36절; 참조. 잠 24:30-34). 이 시의 알파벳 순서의 답관체적 형태는 기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즉 연결된 문자의 흐름은 학생들이 그 내용을 암기하려고 할 때 기억력을 자극했을 것이다.”(피터 크레이기, 400쪽).
시편 37편의 전체적인 주제는 “응보”와 “보상”인데, 이런 가르침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도덕적 삶을 사는 방법을 안내해 주었다(피터 크레이기, 400쪽). 그리고 시편 37편의 지혜는 특히 ‘의’를 강조한다.
“짧게 볼 때는 사악한 자가 번영을 누리는 것 같고 의로운 자가 그들의 손에 고통을 당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결국에 가서 진정한 만족은 살아 계신 하나님과 관련을 맺고 사는 사람들의 징표인 “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기주의가 그 동기 가운데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의는 인간의 삶 가운데서 하나님이 정하신 목적을 분별하고 그것에 따라 사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의는 삶의 본질이며 도덕의 본질이다. 따라서 이 시는 고대 이스라엘 지혜 교사들의 교육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분명한 통찰을 제공해 준다. 그들은 본래 코헬렛(Qoheleth)처럼 사색적인 사상가나 철학자들이 아니었고, 현재와 미래의 세대들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교육자들이었다.”(피터 크레이기, 404쪽).
또한 시편 37편은 쿰란의 에세네파와 신약의 복음서와 서신서에서 다음과 같이 해석되고 인용되었다.
“쿰란의 에세네파(Essenes)가 이 시를 사용하고 해석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시대에 이것이 그런 일차적인 교육적 기능을 상실했음을 암시한다. 이 시에 대한 쿰란 주석에서는 그 단어들이 “선택받은 공동체”, “의의 교사”, “악의 왕”, “악행자들의 종말적 파멸” 등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신약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이나(마 5:5; 참조. 시 37:11; 마 6:8; 참조. 시 37:18) 서신들에서는(벧전 5:7; 참조. 시 37:5; 살전 5:24; 참조. 시 37:5) 새 시대의 새로운 공동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층 발전된 도덕적 의미가 제시되었다. 그것은 비록 그 시가 본래는 이스라엘에 속한 것이었을지라도 지혜는 모든 인류에게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피터 크레이기, 404쪽).
2) 본문의 구조
시편 37편 본문의 구조는 분석하기가 대단히 어렵지만, 인칭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 1-11절: 2인칭 청자에 대해, 악인 때문에 불평하지 말고 야훼를 의뢰하라는 권면
■ 12-24절: 3인칭 악인과 의인의 상반된 삶과 그 미래에 대한 교훈
■ 25-40절: 1인칭 화자의, 야훼는 악인을 심판하고 의인을 구원하신다는 증언
3) 절별 주해
이 절별 주해에서는 이 시편 37편을 ‘지혜와 경제 윤리’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이 주제와 관련된 구절들은 자세히 주해를 하고 그렇지 않은 구절들은 간단히 주해를 하고자 한다. 그리고 히브리어 알파벳순으로 ‘연’을 나누어 주해하고자 하는데, 여기에서 사용된 히브리어 성서는 BibleWorks의 WTT(BHS Hebrew Old Testament 4th ed.)이며, 우리말 번역본은 개역 한글 성경이다.
(1) 1-11절: 2인칭 청자에 대한 권면
1-2절
다윗의 시
행악자를 인하여 불평하여 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를 투기하지 말지어다
저희는 풀과 같이 속히 베임을 볼 것이며 푸른 채소 같이 쇠잔할 것임이로다
악인 때문에 불평하지 말 것을 권면한다. 그 이유는 악인은 속히 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3-4절
여호와를 의뢰하여 선을 행하라 땅에 거하여 그의 성실로 식물을 삼을지어다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리로다
야훼를 의뢰하여 선을 행하고 야훼를 기뻐할 것을 권면한다. 야훼께서는 그렇게 하는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주실 것인데, 그 소원에는 악인의 파멸도 포함되어 있다.
5-6절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
삶의 길을 야훼께 맡기고 야훼를 의지할 것을 권면한다. 야훼께서 친히 행하실 것이며, 그렇게 하는 사람의 의를 명백하게 나타내실 것이다.
7절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아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를 인하여 불평하여 말지어다
악인 때문에 불평하지 말고, 야훼 앞에서 잠잠히 인내하며 기다릴 것을 권면한다.
8-9절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라 불평하여 말라 행악에 치우칠 뿐이라
대저 행악하는 자는 끊어질 것이나 여호와를 기대하는 자는 땅을 차지하리로다
분노하지 말고 불평하지 말 것을 권면한다. 그 이유는 분노와 불평이 행악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악인과 의인이 대조되는데, 미래에 악인은 끊어질 것이지만, 야훼를 기대하는 의인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10-11절
잠시 후에 악인이 없어지리니 네가 그곳을 자세히 살필지라도 없으리로다
오직 온유한 자는 땅을 차지하며 풍부한 화평으로 즐기리로다
악인과 의인이 대조되는데, 잠시 후에 악인은 없어질 것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위 번역에서 ‘온유한 자’는 ‘가난한 사람들’(~ywIn"[])로 번역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이 시편 37편에서 ~ywIn"[]은, 종교·심리적 의미, 곧 ‘종교적으로는 야훼를 기대하고 심리적으로는 악인에 대해 불평·분노하지 않는 사람들’(1절, 3-5절, 7-9절, 34절)이라는 의미로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경제적 의미, 곧 ‘정치적으로 압제받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 상술하면 정치적으로는 ‘악인에 의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자(12절, 14절, 32절), 경제적으로는 ‘가난하고 궁핍한 자’(14절의 ‘가난하고 궁핍한 자’는 12절의 ‘의인’ 및 14절의 ‘행위가 정직한 자’와 같은 의미)들이라는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들이 가난하고 궁핍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어 소유가 적어졌기 때문일 것이다(16절, 21절, 26절). 요컨대 ~ywIn"[]은, 종교·심리적 의미와 정치·경제적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2) 12-24절: 3인칭 악인과 의인에 대한 교훈
12-13절
악인이 의인 치기를 꾀하고 향하여 그 이를 가는도다
주께서 저를 웃으시리니 그 날의 이름을 보심이로다
악인이 의인을 치려고 하지만 주께서 악인을 심판하실 것이다.
14-15절
악인이 칼을 빼고 활을 당기어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엎드러뜨리며 행위가 정직한 자를 죽이고자 하나
그 칼은 자기의 마음을 찌르고 그 활은 부러지리로다
악인이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 ‘행위가 정직한 사람’을 죽이고자 하지만, 그 악인은 자기 칼에 죽고 만다. 위 번역에서 ‘마음’은 ‘심장’(ble)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그 칼은 자기의 마음을 찌른다’고 하면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는 의미가 되는데 문맥상 그것은 부자연스럽고, 오히려 ‘그 칼은 자기의 심장을 찔러 악인은 자기 칼에 죽고 만다’는 의미가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16-17절
의인의 적은 소유가 많은 악인의 풍부함보다 승하도다
악인의 팔은 부러지나 의인은 여호와께서 붙드시는도다
의인과 악인이 대조되는데, 의인이 가진 것은 적고, 많은 악인이 가진 것은 많을지라도, 전자가 후자보다 더 낫다. 야훼께서 악인은 심판하시지만 의인은 구원하신다. 지혜시편인 시편 37편에 담긴 ‘지혜’는 이 구절에서 바로 ‘경제 윤리’를 가리킨다. 지혜로운 사람은 성서적 경제 윤리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곧 지혜로운 사람은 그 마음에 하나님의 법이 있기 때문에(31절), 야훼를 바라고 그 도를 지켜(34절), 행위를 정직하게 하며(14절),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며(21절, 26절), 선을 행하는(3절, 27절) 의인이다. 그런 의인은 하나님께서 붙드시며 구원하시는 것이다.
18-19절
여호와께서 완전한 자의 날을 아시니 저희 기업은 영원하리로다
저희는 환난 때에 부끄럽지 아니하며 기근의 날에도 풍족하려니와
완전한 사람들의 기업은 영원할 것이며, 환난과 기근의 날에도 구원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서 ‘완전한 사람들’(~miymit.)은 ‘하나님의 법을 지키는 사람들’(31절, 34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기업’(~t'l'x]n)은 땅을 가리킬 것이다. 곧 완전한 사람들의 기업은 영원할 것이라는 구절은, 하나님의 법을 지키는 사람들의 땅은 영원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20절
악인은 멸망하고 여호와의 원수는 어린 양의 기름 같이 타서 연기 되어 없어지리로다
야훼의 원수인 악인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당할 것이다. 여기에서 악인은 ‘야훼의 원수’(hw"hy> ybey>ao)로 묘사된다. 의인을 죽이려 하는 악인, 곧 의인의 원수인 악인은 바로 야훼의 원수가 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야훼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야훼의 원수는 가장 어리석은 자인 것이다.
21-22절
악인은 꾸고 갚지 아니하나 의인은 은혜를 베풀고 주는도다
주의 복을 받은 자는 땅을 차지하고 주의 저주를 받은 자는 끊어지리로다
악인과 의인이 대조되는데, 악인은 빌린 다음에 (갚을 수 있는데도) 갚지 않는 반면에, 의인은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이런 의인은 주의 복을 받아 땅을 차지하는 반면에, 악인은 주의 저주를 받아 멸망당하고 말 것이다. 이 구절에서 ‘지혜’는 바로 ‘경제 윤리’를 가리킨다. 먼저 ‘꾸고 갚지 아니하는 악인’은, ‘안식년이 되면 채무를 탕감하라’는 하나님의 법을 악용한 자이다. ‘안식년 채무탕감법’은 다음과 같다.
“매 칠년 끝에 면제하라 면제의 규례는 이러하니라 무릇 그 이웃에게 꾸어준 채주는 그것을 면제하고 그 이웃에게나 그 형제에게 독촉하지 말지니 이 해는 여호와의 면제년이라 칭함이니라 이방인에게는 네가 독촉하려니와 네 형제에게 꾸인 것은 네 손에서 면제하라”(신명기 15:1-3).
반대로 ‘은혜를 베풀고 주는 의인’을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는 사람’(26절)과 연관시켜 해석하면, ‘준다’는 의미 안에는, ‘나눠 준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안식년 채무탕감법과 관련하여 ‘꾸어주고 안식년에 탕감해준다’, ‘돌려받지 못할 것을 각오하고 꾸어준다’, ‘탕감을 염두에 두고 꾸어준다’는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의인은 곧, ‘안식년이 되면 채무를 탕감하라’는 하나님의 법뿐만 아니라, 그 법을 뒤이어 나오는 ‘안식년 채무 탕감을 각오하고 안식년 직전에라도 꾸어주라’는 다음과 같은 하나님의 법 모두를 적극적으로 지키는 사람이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 어느 성읍에서든지 가난한 형제가 너와 함께 거하거든 그 가난한 형제에게 네 마음을 강퍅히 하지 말며 네 손을 움켜 쥐지 말고 반드시 네 손을 그에게 펴서 그 요구하는대로 쓸 것을 넉넉히 꾸어주라 삼가 너는 마음에 악념을 품지 말라 곧 이르기를 제 칠년 면제년이 가까왔다 하고 네 궁핍한 형제에게 악한 눈을 들고 아무것도 주지 아니하면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리니 네가 죄를 얻을 것이라 너는 반드시 그에게 구제할 것이요, 구제할 때에는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 것이니라 이로 인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범사와 네 손으로 하는바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경내 네 형제의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명기 15:7-11)
요컨대 이 구절에 나타난 성서적 경제 윤리는 안식년 채무탕감법과 관련되는데, 악인은 이 하나님의 법을 악용함으로써 주의 저주를 받아 멸망당할 것이며, 반면에 의인은 이 법을 적극적으로 지킴으로써 주의 복을 받아 땅을 차지할 것이다.
23-24절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 길을 기뻐하시나니
저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손으로 붙드심이로다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 길을 기뻐하시는 야훼께서 넘어지는 사람을 붙드셔서 아주 엎드러지지 않게 지켜주신다. 여기에서 ‘넘어지는 사람’은 야훼께서 정하신 사람의 길을 벗어나 불의를 행하는 악인일 수도 있지만, 전체 문맥을 고려할 때, 악인의 공격을 받아 넘어지는 의인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3) 25-40절: 1인칭 화자의 증언
25-26절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
저는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니 그 자손이 복을 받는도다
1인칭 화자인 ‘나’의 목격담이 시작된다. ‘나’는 노인으로서,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과 그 자손을 지켜보았는데,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는 의인’은 버림받지 않았고 그 자손은 복을 받았다.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는 의인’에 대해서는 21-22절 주해를 참조하라. 여기에서 ‘의’와 ‘자비’는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곧 의인의 ‘의’는,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는 자비’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 구절에서 ‘의’와 ‘자비’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 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의란 ‘하나님의 법에 대한 순종’을 의미하는데, 그 하나님의 법에는 ‘절박한 사정 때문에 빌리러 온 가난한 사람에게 안식년이 가까운 때는 물론이고 언제든지 꾸어 주라’(신명기 15:7-11)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27-28상반절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라 그리하면 영영히 거하리니
여호와께서 공의를 사랑하시고 그 성도를 버리지 아니하심이로다
악행하지 말고 선행할 것을 권면한다. 그런 사람들은 영영히 거할 것이다. 그 이유는 야훼께서 공의를 사랑하시고 그 ‘신실한 자들’을 버리지 아니하시기 때문이다. 위 번역에서 ‘성도’는 ‘신실한 자들’(wyd"ysix])로 번역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 신실한 자들은 하나님의 신실(ds,x,)을 과거에 경험했거나, 미래에 경험할 것을 기대하면서, 신실하신 하나님의 성품을 자신의 삶과 인격 안에서 나타내는 사람들이다.
28하반-29절
저희는 영영히 보호를 받으나 악인의 자손은 끊어지리로다
의인이 땅을 차지함이여 거기 영영히 거하리로다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는 신실한 자’(27-28절)인 의인은 하나님의 영원한 보호를 받고 땅을 차지할 것이지만, 악인의 자손은 심판을 당할 것이다.
30-31절
의인의 입은 지혜를 말하고 그 혀는 공의를 이르며
그 마음에는 하나님의 법이 있으니 그 걸음에 실족함이 없으리로다
의인은 ‘지혜’, ‘공의’를 이야기하며 그 마음에는 하나님의 법이 있어서 실족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지혜(hm'k.x')와 공의(jP'v.mi)와 하나님의 법(tr:AT)은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지혜란 바로 공의, 곧 하나님의 법을 마음에 품고 그 법에 순종하는 것이다.
32-33절
악인이 의인을 엿보아 살해할 기회를 찾으나
여호와는 저를 그 손에 버려두지 아니하시고 재판 때에도 정죄치 아니하시리로다
악인은 의인을 죽이려고 하지만 야훼께서는 의인을 지켜주실 것이다.
34절
여호와를 바라고 그 도를 지키라 그리하면 너를 들어 땅을 차지하게 하실 것이라 악인이 끊어질 때에 네가 목도하리로다
야훼를 바라고 그 도를 지키는 의인은 땅을 차지할 것이지만, 악인은 멸망당할 것이다.
35-36절
내가 악인의 큰 세력을 본즉 그 본토에 선 푸른 나무의 무성함 같으나
사람이 지날 때에 저가 없어졌으니 내가 찾아도 발견치 못하였도다
악인은 그 세력이 일시적으로 컸지만, 곧 사라지고 말았다는 1인칭 화자의 목격담이다.
37-38절
완전한 사람을 살피고 정직한 자를 볼찌어다 화평한 자의 결국은 평안이로다
범죄자들은 함께 멸망하리니 악인의 결국은 끊어질 것이나
‘완전한 자’, ‘정직한 자’, ‘화평한 자’는 구원을 받고, 악인은 심판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서 ‘완전한 자’, ‘정직한 자’는 ‘화평한 자’(~Alv' vyai)와 일맥상통한다. 완전과 정직이 하나님의 법에 대한 순종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평화(~Alv')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법을 지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39-40절
의인의 구원은 여호와께 있으니 그는 환난 때에 저희 산성이시로다
여호와께서 저희를 도와 건지시되 악인에게서 건져 구원하심은 그를 의지한 연고로다
야훼께서 자신을 의지하는 의인을 악인으로부터 구원하신다.
3. 나오는 글
이상에서 시편 37편에 대해, 그 형식과 내용에서는 답관체 형식의 지혜시편이며, 구조 분석에서는 인칭을 기준으로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절별 주해를 통해, ‘지혜’란 바로 ‘공의’, 곧 ‘하나님의 법에 대한 순종’이며, 또한 ‘평화’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특히 ‘지혜와 경제 윤리’에 초점을 맞춘 주해를 통해, ‘지혜’의 중요한 의미 가운데에는 ‘경제 윤리’가 있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성서적 경제 윤리를 실천하는 사람’, 곧 그 마음에 하나님의 법이 있기 때문에, 야훼를 바라고 그 도를 지켜, 행위를 정직하게 하며,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며, 선을 행하는 의인이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참고문헌
피터 크레이기 지음, 손석태 옮김, 『시편(상)』(WBC), 도서출판 솔로몬, 2008.
버나드 W. 앤더슨 지음, 노희원 옮김, 『시편의 깊은 세계』, 대한기독교서회,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