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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ep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안중근 의사의 비판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194.8.7 조회 수: 1873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안중근 의사의 비판
- 뉴라이트의 회개를 촉구하며 -
박창수
출처: 오마이뉴스 http://omn.kr/4cqa
최근에 뉴라이트 계열에 속한 어느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 역사교과서는 식민지근대화론을 그 배경에 깔고 있다.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가 됨으로써 근대화될 수 있었다는 이 식민지근대화론은 한마디로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의 네 개 연구소가 공동으로 그 역사교과서를 비판하는 자료집을 제작하였다(한국역사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 「‘뉴라이트 교과서’ 검토(고등학교 한국사, 교학사)」, 2013년 9월 10일). 이 자료집에 의하면, 식민지근대화론이 그 역사교과서에 노골적으로 기술되지는 않았으나 교묘하게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괄호 안의 쪽수는 교과서의 것임).
(1) “(1930년대 명동 거리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명동 거리의 생활 모습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278쪽).
(2) “식민도시의 발달”(280쪽).
(3)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근대적 시간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되어 갔다.”(282쪽).
(4) “이에 자급자족적 경제관념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283쪽).
이 자료집은 그 역사교과서의 위 내용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1) 편파 해석: 식민 통치를 긍정하고 미화할 여지가 큰 질문임.
(2) 왜곡: 발달, 발전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부각한 반면 토막민 등 한국인의 몰락상을 외면함.
(3) 왜곡: 근대적 시간관념의 수용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 지속 여부보다는 근대적 문물과 제도의 확산 여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
(4) 오류: 마치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 한국인들은 자급자족적 경제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썼음.
그런데 그 역사교과서는 인명 색인에서 안중근 의사를 누락했고, 본문에서도 안중근 의사에 대해 단 두 줄(실제로는 한 줄)로 기술하였다는 언론 기사를 읽고, 나는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역사교과서를 비판한 위 자료집에 의하면, “V. 「일제강점과 민족운동의 전개」이란 한 개 단원에서만 이승만과 관련된 사진은 5장이나 나”오는 “반면 가장 대표적 민족운동 지사에 속하고 많은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안중근(Ⅳ단원), 윤봉길 사진은 아예 한 장도 나오지도 않”는다. 대한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분을, 독립투사들의 희생에 큰 빚을 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그것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교과서가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가? 그 역사교과서는 도대체 왜 안중근 의사를 이렇게 홀대하는가?
나는 안중근 의사를 신문한 조서를 읽고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뉴라이트의 식민지근대화론은 안중근 의사의 사상 및 행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오히려 안중근 의사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야말로 뉴라이트의 식민지근대화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는 안중근 의사를 뤼순감옥에서 신문한 일본인 검사와 안중근 의사의 치열한 논쟁에 잘 담겨 있다. 당시 안중근 의사의 의거와 그 재판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안중근 의사를 무지한 테러리스트로 몰아가서 그 의거를 폄하하기 위해 갖가지 비열하고 집요한 공작을 펼쳤다. 그 일환으로 일본인 검사는 작심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안중근 의사를 공격했다. 이하에서 안응칠은 안중근 의사이고, 검찰관은 일본인 검사이다.
“안응칠 이토가 한국을 보호한 실적은 조금도 없다.
검찰관 보호한 실적이 있는지 없는지 지금은 아직 모른다. 그건 이후에 나타나는 것이다. 즉 한국이 일본의 보호를 받게 된 이래로 식산공업은 발달하고 있고 위생, 교통 기타 내정도 점차로 완비되고 있다. 그러나 피고처럼 본국에 살지 않는 자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런가.
안응칠 위생, 교통의 완비 그리고 그 밖에 학교 등의 설립이 있었던 일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일본인을 위해 한 것이지, 한국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찰관 피고는 저 『사기(史記)』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역수(易水)의 형가(荊軻)가 진(秦)나라의 시황을 죽이려고 갔던 것과 같은 비가강개(悲歌慷慨)의 무리이며, 세계의 대세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라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안응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관 한국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피고만의 생각이지,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진보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피고는 이를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이기웅 옮겨 엮음,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 열화당, 2010, 119-120쪽).
이 신문 조서에 의하면, 일본인 검사는 집요하게 식민지근대화론을 펴고 있고, 이에 맞서 안중근 의사는 식민지근대화론의 허구성을 밝히고 있다. 일본인 검사는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 “한국이 일본의 보호를 받게 된 이래로 식산공업은 발달하고 있고 위생, 교통 기타 내정도 점차로 완비되고 있다.”면서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중근 의사는 “이는 모두 일본인을 위해 한 것이지, 한국을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허구성을 들어 식민지근대화론을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는 “한국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전후문맥을 살펴보면, 일본의 소위 ‘보호’ 없이도 한국은 상당히 발전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식민지근대화론을 부정한 것이다. 그러자 일본인 검사는 일본의 소위 ‘보호’ 없이 한국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진보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강변하면서 이토 히로부미를 옹호하고 있다.
요컨대 이 논쟁에서 안중근 의사가 일본인 검사의 식민지근대화론을 논박한 핵심은 두 가지인데, 이는 모두 오늘날 식민지근대화론을 비판하는 학자들의 주요 논지와 동일하다. 안중근 의사의 말을 조금 바꾸어 표현하면, 첫째, 일본이 한국에서 추진한 소위 '근대화'는 일본인을 위해 한 것이지 한국을 위해 한 것이 아니다. 둘째,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고도 한국은 스스로 근대화될 수 있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에 뤼순감옥에서 일본인 검사가 안중근 의사를 공격하며 제기한 식민지근대화론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 뉴라이트에 의해 재연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나는 아직 진정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이 나라의 비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비탄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희생 앞에, 과연 무엇이 온당한 태도일까? 한국인 뉴라이트여, 순국 직전에 하얀 한복을 입은 안중근 의사의 빛나는 두 눈을 바라보라. 그리고 더 이상 식민지근대화론으로 일제강점기를 미화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