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8.
성 금요일,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그날을 기억한다. 주님은 십자가의 처절한 고통 가운데에서 ‘다 이루었다’ 하시며 숨을 거두셨다. 무엇을 다 성취하신 것일까? 세상에서 말하는 성취의 개념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따르며 응원을 받았지만 십자가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보여줄 만한 어떤 결과도 없이 외롭게 처단 당하는 순간이었다.
예수께서 이루신 것이 무엇일까?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기도하신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순종의 길을 완주하셨다. 진정한 성취는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매일의 지속적인 과정이다. 하나님 아버지의 숨결은 언제 어디서나 가득하고, 신실하신 하나님은 모든 상황과 과정에서 일하고 계신다. 이루는 것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다.
집 주변 배밭에 배꽃이 한창이다. 며칠 전 과수 농가에 갑작스러운 우박과 추위에 꽃들이 모두 땅에 떨어져 농부가 한숨짓는 뉴스를 들었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열매 맺지 못한 꽃이나 익기 전에 떨어진 낙과도 거름이 될 것이다. 보이는 결과 없이 20대에 세상을 떠난 선교사 윌리엄 보든의 말이 기억난다. “남김 없이, 후퇴 없이, 후회 없이!” 그도 다 이루었다. 순종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성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